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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막이를 발명한 사람은 왜 칸막이를 후회했을까, 사무실 파티션 120년의 역사

    줄 맞춘 책상에서 독일의 '사무실 풍경', 로버트 프롭스트의 액션 오피스, 큐비클과 오픈 오피스, 다시 돌아온 집중 공간까지. 사무실 칸막이가 120년 동안 세워지고 걷히기를 반복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Oct 20, 2026
    칸막이를 발명한 사람은 왜 칸막이를 후회했을까, 사무실 파티션 120년의 역사
    Contents
    칸막이 이전, 사무실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독일에서 온 '사무실 풍경'칸막이를 처음 만든 사람, 로버트 프롭스트목장에서 자란 발명가실패한 첫 작품, 액션 오피스 I13개 부품으로 다시 만든 액션 오피스 II120도는 어떻게 90도가 됐을까칸막이를 걷어낸 사무실, 대화는 늘었을까한 방에 2,800명하버드 연구가 측정한 결과한국 정부청사의 실험다시 돌아오는 칸막이칸막이 높이보다 먼저 정할 것

    줄 맞춘 책상에서 큐비클, 오픈 오피스, 다시 집중 부스까지. 사무실 칸막이가 세워지고 걷히기를 반복해 온 120년의 흐름을 짚어봤습니다.

    사무실 자리 배치를 바꾸는 날은 늘 조용하지 않습니다. 짐 상자가 복도에 쌓이고, 누군가는 창가 자리를 아쉬워하고, 누군가는 등 뒤가 훤히 보이는 새 자리를 낯설어합니다. 그중에서도 의견이 가장 많이 갈리는 건 사무실 칸막이입니다. 높이면 답답하다고 하고, 낮추면 집중이 안 된다고 하고, 아예 없애면 둘 다 나옵니다.

    이 칸막이에도 발명가가 있습니다. 미국 가구 회사 허먼 밀러의 연구 책임자였던 로버트 프롭스트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칸막이로 사람을 가두려던 게 아니라, 오히려 사무실에서 사람을 풀어주려 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발명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며 남은 생애 동안 그것을 비판했습니다.

    칸막이는 어디서 시작됐고, 왜 사무실마다 세웠다가 걷어냈다가를 반복하는 걸까요? 사무실 파티션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지금 우리 사무실의 자리 배치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칸막이 이전, 사무실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사무실 칸막이 120년 연표

    1906년 미국 버펄로에 완공된 라킨 사(Larkin Company) 본관은 초기 사무실 건축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이 건물의 중심에는 천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5층 높이의 거대한 개방 공간이 있었고, 그 바닥에 책상이 줄지어 놓였습니다. 임원들도 같은 공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부서 순서와 책상 배치, 붙박이 서류함까지 사무 효율을 기준으로 설계됐습니다.

    당시 사무실은 공장의 생산 라인과 닮아 있었습니다. 서류가 한 책상에서 다음 책상으로 흘러가고, 관리자는 모두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칸막이가 없다는 건 지금처럼 '소통'을 뜻하기보다 '감독'에 가까웠습니다.

    독일에서 온 '사무실 풍경'

    반대 방향의 실험은 전후 독일에서 나왔습니다. 1958년 함부르크 근교에서 에버하르트와 볼프강 슈넬레 형제가 공간 컨설팅 회사 퀵보너 팀(Quickborner Team)을 세웠습니다. 형제는 줄 맞춘 책상과 엄격한 위계가 정보의 흐름을 막는다고 봤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답은 '뷔로란트샤프트(Bürolandschaft)', 우리말로 옮기면 '사무실 풍경'이었습니다. 책상을 격자가 아니라 실제로 누가 누구와 자주 일하는지에 따라 유기적으로 흩어 놓고, 화분과 낮은 가림막으로 공간을 나눴습니다. 첫 고객은 독일 출판사 베르텔스만이었고, 이 방식은 몇 년 안에 스웨덴을 거쳐 유럽 곳곳과 북미로 퍼져 나갔습니다.

    사무실 칸막이의 역사는 여기서 한 번 방향을 틀었습니다. 사람을 내려다보는 배치에서, 사람이 일하는 흐름을 따르는 배치로요.

    칸막이를 처음 만든 사람, 로버트 프롭스트

    목장에서 자란 발명가

    같은 1958년, 미국에서는 허먼 밀러가 로버트 프롭스트를 영입했습니다. 1921년 콜로라도의 목장에서 태어난 그는 화학공학을 공부하다 미술로 전공을 바꾼 독특한 이력의 인물이었습니다. 1960년 미시간주 앤아버에 새로 생긴 허먼 밀러 연구소의 대표를 맡으면서 그의 관심은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프롭스트가 본 사무실은 사람을 한자리에 너무 오래 묶어두는 곳이었습니다. 그는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간호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며 동선의 비효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가 남긴 말 가운데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은 화분 속 양파처럼 한자리에 심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

    실패한 첫 작품, 액션 오피스 I

    1964년 허먼 밀러는 프롭스트의 아이디어에 디자이너 조지 넬슨의 스타일을 입힌 '액션 오피스 I'을 내놓았습니다. 서서 일하는 책상, 수납장, 소음을 줄이는 패널 같은 구성품으로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일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평가는 좋았지만 팔리지 않았습니다. 프롭스트의 오른팔이었던 잭 켈리는 훗날 "보기엔 좋았지만 너무 비쌌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회고했습니다. 구성품은 개인에게는 맞았지만 큰 회사가 대량으로 들이기엔 조립이 번거로웠습니다. 기업 대신 임원들이 자기 집 서재용으로 사 가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13개 부품으로 다시 만든 액션 오피스 II

    4년 뒤인 1968년, 프롭스트 팀은 '액션 오피스 II'를 내놓았습니다. 켈리의 표현을 빌리면 "부품이 13개뿐인, 놀랍도록 단순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높이가 다른 패널을 이어 붙여 공간을 나누되, 동료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프롭스트가 권한 배치는 '세 면을 두르고 입구를 약간 넓게 연' 형태였습니다. 패널은 직각이 아니라 120도로 꺾여 열린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같은 해 펴낸 책자 『사무실: 변화에 기반한 시설(The Office: A Facility Based on Change)』에서 이 배치가 "영역을 잘 정의해 준다"고 썼습니다. 혼자 집중할 자리는 지키면서 우연한 대화와 아이디어 교환이 일어나게 하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팔렸습니다. 허먼 밀러의 매출은 1964년 1천만 달러에서 1970년 2천5백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120도는 어떻게 90도가 됐을까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회사들은 액션 오피스 II와 그 모방 제품을 사들인 뒤, 120도로 열려 있던 패널을 90도로 꺾어 네모난 칸을 만들었습니다. 그 편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사람을 앉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는 '큐비클'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여기에는 세금도 한몫했습니다. 2006년 미국 경제지 포춘의 기사에 따르면, 1960년대 미국 재무부는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감가상각 규정을 바꿨고, 가구와 장비는 건물이나 내부 공사보다 짧은 기간에 비용 처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벽을 세우는 대신 칸막이를 사면 그 비용을 더 빨리 회수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기사가 나온 당시 기준으로도 사무 가구는 7년, 벽으로 지은 사무실은 39.5년에 걸쳐 상각됐습니다. 허먼 밀러는 고객들이 이 점을 먼저 언급하자 세제 혜택을 판매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1970년대 후반이 되자 액션 오피스와 그 아류작이 가장 많이 쓰이는 형태는 큐비클이 됐습니다. 사람의 흐름을 따르던 '사무실 풍경'의 자리도 칸막이 숲이 차지했습니다. 1997년 뉴욕타임스는 4천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큐비클에서 일한다고 추산했습니다.

    프롭스트는 이 결과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포춘에 따르면 그는 사람들을 칸막이 안에 몰아넣는 현대 기업의 방식을 "획일적인 광기(monolithic insanity)"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1980년 허먼 밀러를 떠났고, 2000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람을 화분에 심지 말자던 발명가의 제품이, 사람을 가장 촘촘하게 심는 도구가 된 셈입니다.


    칸막이를 걷어낸 사무실, 대화는 늘었을까

    한 방에 2,800명

    큐비클에 대한 반감은 2000년대 이후 오픈 오피스 유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칸막이를 걷으면 벽이 사라지고, 벽이 사라지면 협업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였습니다.

    상징적인 장면은 2015년 3월입니다. 페이스북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새 사옥 MPK20으로 이사했습니다. 엔지니어 약 2,800명이 한 층에서 일하는 건물이었고, 마크 저커버그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 플로어 플랜"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회의실만 유리벽으로 공간 가운데에 두고, 나머지는 모두 트인 공간이었습니다.

    하버드 연구가 측정한 결과

    오픈 오피스 전환 후 대면 대화 변화

    그렇다면 칸막이를 걷어낸 사무실에서 대화는 정말 늘었을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이선 번스타인과 스티븐 터번은 2018년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실었습니다. 두 사람은 오픈 오피스로 바꾼 두 회사의 직원들에게 대화량을 기록하는 센서를 달고, 이메일과 메신저 사용량을 전환 전후로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기대와 반대였습니다. 첫 번째 회사(52명)에서는 직원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한 시간이 72% 줄었습니다. 대신 보낸 이메일은 56%, 메신저 메시지는 67% 늘었습니다. 두 번째 회사(100명)에서도 대면 대화가 67~71% 줄고 이메일은 22~50% 늘었습니다.

    연구진은 트인 공간이 사람들에게 오히려 "사회적으로 물러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을 일으켰다고 해석했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볼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대화를 이메일과 메신저로 옮겼습니다. 칸막이가 없어진 자리에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생긴 겁니다.

    한국 정부청사의 실험

    한국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2011년 11월, 행정안전부는 서울 정부중앙청사 11층의 제도정책관실(3개 과, 55명)을 '스마트오피스'로 바꿨습니다. 책상 사이 칸막이를 없애고 낮은 화분으로 공간을 나눴으며, 고정 좌석 대신 그날그날 자리를 고르는 변동좌석제를 도입했습니다. 회의실은 3곳에서 6곳으로 늘렸습니다.

    이듬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조사 결과는 엇갈렸습니다. 조직 활력도는 5점 만점에 3.64점으로 비교 집단(3.25점)보다 높았지만, 업무 몰입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18%로 비교 집단(30%)보다 낮았습니다. 대화는 늘었지만 혼자 집중하기는 어려워진 겁니다. 결국 집중이 필요한 직원을 위한 별도 근무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이런 시도는 그 뒤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2017년부터 '스마트한 업무공간 활용사업'을 진행해 왔고, 2024년 1월 산림청은 칸막이 없는 업무 공간에 자율좌석제와 함께 '집중근무실'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4월 전북특별자치도는 본청 4개 과의 경계를 허물고 팀장 자리를 없애 팀원과 마주 앉게 했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칸막이

    산림청의 집중근무실처럼, 최근의 사무실은 칸막이를 없애는 동시에 다른 형태의 칸막이를 들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노트북을 들고 들어가 통화하거나 집중하는 1인용 부스, 문을 닫을 수 있는 작은 회의실, 소리를 막는 높은 패널 같은 것들입니다. 해외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큐비클의 귀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만 돌아온 칸막이는 1970년대의 칸막이와 다릅니다. 모든 사람을 하루 종일 칸 안에 앉히는 대신, 필요한 순간에 들어갔다 나오는 공간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건 1968년 프롭스트가 그렸던 사무실에 더 가깝습니다. 혼자 집중할 자리와 우연히 마주치는 자리가 함께 있는 사무실, 사람이 한자리에 심어져 있지 않고 일에 따라 옮겨 다니는 사무실입니다.

    칸막이 높이보다 먼저 정할 것

    시대별 사무실 칸막이 배치 비교

    120년을 돌아보면 사무실 칸막이는 늘 그 시대가 '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줄 맞춘 책상은 감독을, 사무실 풍경은 정보의 흐름을, 큐비클은 면적과 비용을, 오픈 오피스는 협업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사람들은 그 배치에 맞춰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칸막이를 세울지 걷을지는 높이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사무실에서 어떤 일이 얼마나 일어나는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문서와 숫자를 들여다보며 보내는 팀과, 수시로 모여 이야기해야 하는 팀에 같은 배치가 맞을 리 없습니다. 레이아웃을 정할 때 따져볼 기준은 일하기 좋은 사무실! 레이아웃 확정 전 짚어야 할 8가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 다음에 자리 배치를 바꿀 일이 생긴다면, 칸막이 높이를 정하기 전에 팀별로 일주일 동안 혼자 집중하는 시간과 모여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먼저 적어보세요. 그 비율이 어느 팀에 칸막이가 필요하고, 어느 팀에 회의 공간이 더 필요한지 알려줄 겁니다.


    👉

    이어서 읽기: 사무실은 왜 다시 사람을 불러들였을까

    칸막이를 걷어낸 사무실 다음에는 아예 사무실을 떠나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재택근무가 어떻게 부상했다가 후퇴했는지, 5년의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완전 재택은 왜 사라졌을까요? 재택근무 5년의 부상과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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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막이 이전, 사무실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독일에서 온 '사무실 풍경'칸막이를 처음 만든 사람, 로버트 프롭스트목장에서 자란 발명가실패한 첫 작품, 액션 오피스 I13개 부품으로 다시 만든 액션 오피스 II120도는 어떻게 90도가 됐을까칸막이를 걷어낸 사무실, 대화는 늘었을까한 방에 2,800명하버드 연구가 측정한 결과한국 정부청사의 실험다시 돌아오는 칸막이칸막이 높이보다 먼저 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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