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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 재택은 왜 사라졌을까요? 재택근무 5년의 부상과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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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ewon.Kang
    Sep 30, 2026
    완전 재택은 왜 사라졌을까요? 재택근무 5년의 부상과 후퇴
    Contents
    국내 마지막 완전 재택이 문을 닫았습니다재택근무는 원래 '교통 문제'를 풀려던 아이디어였다팬데믹은 50년짜리 실험을 3주 만에 현실로 만들었다그래서, 정말 생산성이 떨어질까그런데 왜 다시 사무실로 부를까세계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니다사무실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국내 마지막 완전 재택이 문을 닫았습니다

    코로나 시기, 집에서 일하는 건 잠깐의 비상 조치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5년을 갔고, 이제는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 중 유일하게 완전 재택근무 제도를 유지하던 네이버가 2027년부터 주 3회 이상 출근을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카카오는 이미 2023년에 '오피스 퍼스트'로 돌아섰고요. 국내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아마존은 2025년 1월부터 주 5일 전면 출근으로 돌아갔고, JP모건도 주 5일 출근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리기 쉽습니다. "재택근무는 결국 실패한 실험이구나."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재택근무는 코로나가 만들어낸 게 아니거든요. 사실 반세기도 더 된 아이디어입니다. 태어난 이유가 있었고, 폭발한 이유가 있었고, 지금 후퇴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그 세 가지를 따라가 보면, '실패한 실험'이라는 요약이 생각보다 게으른 결론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재택근무는 원래 '교통 문제'를 풀려던 아이디어였다

    '텔레커뮤팅(telecommuting)'이라는 말은 1973년에 만들어졌습니다. NASA 출신 엔지니어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원이던 잭 닐스(Jack Nilles)가 붙인 이름이죠. 그는 이를 통신과 컴퓨터로 통근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출발점이 지금과 사뭇 다른데, 닐스의 원래 관심사는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의 지독한 교통체증이었습니다. "사람을 도심 사무실로 실어 나르는 대신, 일을 사람에게 보내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었죠.

    여기 재미있는 대칭점이 하나 있습니다. 닐스가 실험 대상으로 삼은 보험사가 정작 관심 있던 건 재택 그 자체가 아니라, 3분의 1에 달하던 직원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반세기 뒤, 재택근무를 둘러싼 가장 유명한 연구가 똑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후 IBM 같은 기업이 초기 실험을 이어갔고, 다섯 명으로 시작한 원격 근무자가 1983년엔 2,000명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재택은 어디까지나 예외였습니다. 상징적인 후퇴도 있었죠. 2012년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는 텔레커뮤팅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요컨대 팬데믹 이전까지, 재택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팬데믹은 50년짜리 실험을 3주 만에 현실로 만들었다

    2020년, 그 오래된 가능성이 강제로 현실이 됐습니다. 방역 조치로 전 세계 사무직이 거의 동시에 집으로 흩어졌죠. 반세기 동안 "될까, 안 될까" 논쟁만 하던 일을, 세계가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전면 실험한 셈입니다.

    정작 흥미로운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방역이 풀린 뒤에도 재택이 곧바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왜였을까요? 두 가지가 맞물렸습니다.

    첫째, 생산성이 우려만큼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경영진이 "집에서 일하면 일을 덜 하겠지"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데이터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하게, 당시 노동시장은 일하는 사람에게 유리했습니다. 실업률이 낮아 이직이 쉬웠고, 사람들은 "재택을 안 주면 다른 회사로 가겠다"고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재택은 인재를 붙잡는 하나의 조건이 된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원격근무 비율은 팬데믹 정점을 지난 뒤에도 완전히 꺾이지 않고, 전체 근무일의 약 4분의 1 수준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기준으로도 텔레워크 비율은 2022년 말 이후 줄곧 18~24%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요.

    즉 재택의 '부상'은 코로나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기술이 깔아둔 토대 위에, 팬데믹이라는 트리거와 노동시장의 힘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생산성이 떨어질까

    이 논쟁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근거는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의 연구입니다. 2021년, 그는 중국의 한 대형 기술기업 직원 1,612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무작위 대조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절반은 주 2일 재택을 포함한 하이브리드로, 나머지는 주 5일 사무실 출근으로 나눈 뒤 성과를 비교한 거죠.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습니다.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주 2일 재택 하이브리드는 성과 평가나 승진율에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퇴사율은 대조군보다 33% 낮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1973년 보험사의 관심사, 바로 그 이직률이 반세기 뒤 실험에서도 재택의 최대 효과로 확인된 겁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관리자들의 태도 변화였습니다. 실험 전 관리자들은 하이브리드가 생산성을 평균 2.6% 정도 떨어뜨릴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험이 끝난 뒤엔 오히려 1.0% 정도 높인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 품고 있던 불안이, 데이터 앞에서 뒤집힌 셈이죠.

    다만 여기엔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은, 하이브리드는 생산성에 거의 영향이 없지만 완전 원격근무는 잘 관리되지 않을 경우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진짜 쟁점은 '재택이냐 출근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완전 재택이냐 적절한 하이브리드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다시 사무실로 부를까

    기업들이 내세우는 복귀의 명분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함께 있을 때 협업이 잘 되고, 조직 문화가 단단해지고, 신입이 더 잘 배운다는 것.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도,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대면의 가치를 복귀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명분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앞서 봤듯 완전 원격의 약점은 실제로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명분만으로는 '주 5일 전면 출근'까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뒤에는 잘 이야기되지 않는 동인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노동시장의 권력이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경기 둔화와 정리해고가 이어지면서, "재택 안 주면 이직하겠다"던 직원들의 협상력이 약해졌습니다. 한 업계 분석은 이를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합니다. 그때는 해고가 두려워 다들 사무실에 나오려 했는데, 최근 몇 년은 사람들이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믿어 재택을 요구했다는 거죠. 권력추가 다시 고용주 쪽으로 기울자, 회사는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하나는 비어 있는 사무실입니다.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2025년 3분기 기준 18.8%(CBRE 집계)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장기 임대 계약으로 이미 돈을 내고 있는 공간이 텅 비어 있으니, 그걸 채우려는 압력이 생깁니다. 회사 의사결정권자들이 부동산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점유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다른 노골적인 동인은 감원입니다. 일론 머스크 등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연방공무원에게 주 5일 복귀를 강제하면 자발적 퇴사가 쏟아질 것이며 이를 환영한다고 썼습니다. 실제로 2025년 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공무원 전면 복귀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 행정부는 그 목적 중 하나가 자연 감소를 통한 인력 축소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의 복귀 방침에도 "사실상의 정리해고"라는 해석이 따라붙었고요. 실제로 아마존 직원을 상대로 한 익명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73%가 복귀 방침 발표 후 퇴사를 고려했다고 답했습니다.

    정리하면, 복귀는 '문화'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권력 이동, 매몰된 부동산 비용, 그리고 조용한 감원이라는 훨씬 현실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것 처럼 보이빈다.

    세계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니다

    흥미로운 건, 이 후퇴가 전 세계 공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가장 강하게 되돌리는 쪽입니다. 연방정부가 앞장섰고, 아마존·JP모건이 주 5일로, 구글·애플이 주 3일로 복귀했습니다. 일본 역시 기업의 70% 이상이 완전 출근으로 돌아섰다는 조사가 있을 만큼 후퇴가 뚜렷합니다.

    반면 유럽은 결이 다릅니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법적 권리에 가깝게 만드는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고용주가 직원의 재택 요청을 거부하려면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도록 하는 방향이죠.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원격근무자를 보호하는 법을 이미 두고 있습니다. 즉 누군가는 재택을 접고, 누군가는 제도로 못 박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조금 씁쓸한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활용한 근로자는 약 96만 명, 전체의 4.4% 수준이었습니다. 코로나 이전보다 10배 넘게 늘었다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애초에 낮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평균 통근시간은 OECD 보고서 기준 56.9분으로 회원국 중 가장 길고, 평균(30.3분)의 거의 두 배입니다. 재택이 가장 절실할 법한 환경인데, 정작 재택 비율은 가장 낮은 축에 속하고 가장 빨리 접는 셈입니다.

    사무실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5년의 부상과 후퇴를 지나, 한 가지는 확실해졌습니다. 완전 재택도, 완전 출근도 정답이 아니라는 것 이죠. 완전 원격은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고, 전면 복귀는 사람들이 이미 경험한 유연성을 되돌리려다 반발을 샀습니다. 남는 건 결국 그 사이 어딘가, 하이브리드라는 타협점입니다.

    그래서 사무실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의 사무실이 '일을 하려면 무조건 와야 하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굳이 모일 이유가 있을 때 오는 곳'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왕복 두 시간을 쓰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요.

    회사를 다니는 우리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을 다시 사무실로 부른다면, 그 공간은 그만큼 나올 이유가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협업이 일어나고, 집중이 되고,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 환경. 재택을 접는다는 결정의 진짜 성패는, 출근 일수를 며칠로 정하느냐가 아니라 '올 만한 사무실'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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