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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식 탐구생활

    50년 넘은 스테디셀러 과자는 왜 안 사라질까

    수십 년째 살아남은 과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장수 스테디셀러 과자의 탄생 비화와 생존 비결, 사무실 간식에 스테디셀러가 필요한 이유를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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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ewon.Kang
    Jun 18, 2026
    50년 넘은 스테디셀러 과자는 왜 안 사라질까
    Contents
    우리 탕비실엔 왜 50년 된 과자가 아직도 있을까환갑을 넘긴 과자가 있다?이름에도 사연이 있다그래서, 왜 안 사라질까그런데 스테디셀러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우리 탕비실엔 왜 50년 된 과자가 아직도 있을까

    탕비실에서 간식을 정리하다 문득 멈칫했습니다.

    번쩍이는 신상 과자들 사이에 새우깡이 떡하니 놓여 있더라고요. 옆엔 마가렛트, 그 옆엔 에이스. 다 제가 어릴 때부터, 아니 우리 부모님 어릴 때부터 있던 과자들입니다. 매주 새로운 과자가 쏟아지고 'O리단길 한정', '편의점 콜라보' 같은 화려한 신상이 며칠 만에 떴다 지는 시대에, 이 오래된 과자들은 어떻게 아직도 선반 한 칸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걸까요.

    궁금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환갑을 넘긴 과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과자는 해태제과의 연양갱으로, 무려 1945년에 출시됐습니다.

    광복과 같은 해에 태어난 과자가 지금도 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거죠. 그 뒤를 잇는 게 1971년 12월에 나온 새우깡입니다. 올해로 54년째니까, 웬만한 직장 상사보다 나이가 많은 셈입니다.

    목록을 쭉 보면 더 놀랍습니다. 죠리퐁(1972), 초코파이(1974), 에이스(1974), 맛동산(1975),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는 꼬깔콘(1983), 포카칩(1988)까지. 지금 탕비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집어 먹는 과자 상당수가 30년, 40년, 50년을 버텨온 생존자들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들의 판매량입니다. 새우깡, 맛동산, 꼬깔콘, 포카칩은 모두 단일 브랜드 누적 매출 1조 원을 넘긴 '메가 히트 상품'입니다. 식품업계에서는 단일 브랜드 누적 매출이 1조 원을 넘기면 메가 히트로 부르는데, 이 오래된 과자들이 바로 그 반열에 있는 거죠. 심지어 새우깡은 2022년 한 해에만 575억 원어치가 팔리며 그해 가장 많이 팔린 과자로 기록됐습니다. 오래됐다고 인기가 식은 게 아니라, 오래되도록 인기가 식지 않은 겁니다.


    이름에도 사연이 있다

    오래된 과자들을 파고들다 보니, 이름 하나하나에 숨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새우깡의 '깡'은 사실 별 뜻이 없습니다. 농심 창업주가 제품 이름을 고민하던 중,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 하고 부르는 걸 듣고 그 '깡'을 따왔다고 해요. 어감이 친근하고 부르기 쉬워서였죠. 이 작명이 어찌나 성공적이었는지, 이후 감자깡·고구마깡·양파깡으로 이어지는 '깡 시리즈'의 시작이 됐습니다.

    그 새우깡을 만드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제품 개발에만 밀가루 4.5톤 트럭 80대분이 들어갔고, 가장 먹기 좋은 강도를 찾으려고 강도 실험만 수백 번을 했다고 합니다. 기름에 튀기는 대신 가열된 소금에 굽는 '파칭(parching) 공법'을 새로 만들어낸 것도 이때입니다. 1970년대 초 경제 사정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투자였죠.

    죠리퐁도 원래 이름은 따로 있었습니다.

    크라운제과는 밀쌀을 튀길 때 나는 '펑' 소리와 기쁨을 뜻하는 'Joy'를 합쳐 '조이퐁'으로 지으려 했는데, 같은 이름이 이미 있어서 '즐겁다'는 뜻의 'Jolly'로 바꿔 지금의 죠리퐁이 됐다고 해요. 뻥튀기의 원리에서 착안한 이 과자는 'K-시리얼의 원조'로 불리며 50년 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꼬깔콘은 맞춤법으로 따지면 '고깔콘'이 맞습니다.

    하지만 출시 당시 회사는 표기법보다 부르기 편하고 임팩트 있는 이름을 택했죠. 친숙하고 전통적인 느낌을 주려고 일부러 '꼬깔'로 적었다고 합니다.

    마가렛트는 이름부터가 여자 이름(서양 이름 'Margaret')이라, 초창기 광고는 중세 유럽 공주가 등장하는 콘셉트였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엄마의 사랑'으로 방향을 틀었죠. 1988 서울올림픽 이후 고급화 분위기를 타고 인기를 끌어, 마가렛트를 본뜬 비슷한 과자들이 우후죽순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이름 하나에도 작명 고민, 시대 분위기, 회사의 전략이 켜켜이 쌓여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왜 안 사라질까

    여기까지 보면 슬슬 답이 보입니다. 이 과자들이 우연히 오래 산 게 아니라, 살아남을 이유가 있었던 거예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입니다. 장수 스낵들의 비결을 취재한 기사들은 하나같이 같은 얘기를 합니다. 출시 때부터 유지해온 고유하고 일정한 맛. 새우깡은 50년 넘게 가열된 소금에 굽는 방식을 고수하고, 한 봉지에 생새우 4~5마리를 넣는 원칙을 지킵니다. 맛동산은 22시간 동안 두 번 발효하는 공정을 여전히 유지하고요. 에이스는 1974년 수입 과자가 시장을 휩쓸던 시절, "우리 입맛에 맞는 고급 크래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탄생해 지금까지 그 결을 지킵니다. "예전 그 맛 그대로"가 흔한 광고 문구 같지만, 실제로 그걸 수십 년간 지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둘째, 익숙함은 안심을 줍니다. 새로운 과자는 "맛있을까?" 하는 작은 모험입니다. 하지만 새우깡은 봉지를 뜯기 전부터 무슨 맛인지 압니다. 실패할 일이 없죠. 바쁜 사무실에서, 혹은 피곤한 오후에 결국 손이 가는 건 이 '실패하지 않는 익숙함'입니다. 에이스를 커피에 곁들이고, 죠리퐁을 우유에 말아 먹는 그 익숙한 조합처럼요. 모험은 가끔이면 충분하니까요.

    셋째, 세대를 잇는 추억이 됩니다. 부모가 먹던 과자를 아이가 먹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또 집어 듭니다. 마가렛트가 '공주'에서 '엄마의 사랑'으로 광고를 바꾼 게 상징적이에요. 새우깡의 "손이 가요 손이 가" CM송은 1988년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쓰이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 노래로 꼽힙니다. 과자가 단순한 군것질이 아니라 기억의 매개가 되는 순간, 그 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테디셀러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이 장수 과자들이 '그 맛 그대로'만 고집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새우깡은 2021년 출시 50주년에 블랙트러플 풍미를 넣은 '새우깡 블랙'을 선보였는데, 출시 2주 만에 220만 봉이 팔렸습니다. 2025년엔 넷플릭스와 손잡고 한정판을 내놓기도 했죠. 변하지 않는 원형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변주를 시도한 겁니다. 농심의 '깡 시리즈'만 봐도 감자깡, 고구마깡을 거쳐 2023년 화제가 된 먹태깡까지 이어집니다.

    결국 답은 '둘 다'였습니다. 변하지 않는 스테디셀러의 안정감과,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상의 신선함. 어느 한쪽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스테디셀러만 있으면 지루하고, 신상만 있으면 불안하거든요.

    탕비실도 똑같습니다. 새우깡만 채워두면 "또 이거야?" 소리가 나오고, 듣도 보도 못한 신상만 가득하면 정작 손이 안 갑니다. 익숙한 스테디셀러가 베이스를 잡아주고, 그 위에 새로운 과자가 재미를 더할 때 비로소 만족스러운 간식 구성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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