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과자는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편의점 매대가 달라졌다 — '건강 과자'는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출퇴근길에 항상 편의점을 들립니다. 굳이 뭘 사지 않아도 편의점 매대의 트랜드를 보는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이기 때문인데요
최근 편의점 과자 매대를 둘러보면, 묘한 변화가 보입니다.
봉지마다 '저당', '제로슈거', '단백질 12g', '식이섬유' 같은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다이어트 식품 코너에나 있던 단어들이, 이제는 일반 과자 봉지 앞면을 차지하고 있죠. 단백질 음료는 우유 옆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고, 그래놀라 바와 단백질 칩은 어느새 익숙한 간식이 됐습니다.
이게 단순한 유행일까요, 아니면 시장이 진짜 바뀐 걸까요?
숫자로 보는 건강 과자 시장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단백질 식품 시장의 성장 속도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시장은 2019년 1,206억 원에서 2024년 약 4,500억 원으로, 5년 만에 약 4배로 커졌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웬만한 식품 카테고리가 한 자릿수 성장률에 머무는 걸 생각하면, 이건 폭발적인 수준입니다.
저당·제로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에이블리가 '식단관리 위크' 기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당 간식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93% 늘었습니다. 앞서 다룬 GS25의 연초 매출 분석에서도 저당·제로슈거 제품군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고요.
흥미로운 건 이 성장이 특정 채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편의점, 대형마트, 패션 플랫폼, 심지어 홈쇼핑까지 건강 간식을 새로운 성장 카테고리로 키우고 있습니다. 시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죠.
왜 사람들은 '건강 과자'를 찾을까
시장이 이렇게 커진 데는 몇 가지 맞물린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참는 다이어트'가 끝났습니다. 과거 식단관리는 닭가슴살, 샐러드처럼 맛을 포기하고 기능만 챙기는 소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맛있는 제품 중에서 당과 열량, 단백질 함량을 따져 고르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개념이 특정 목적 소비에서 일상 소비로 넓어진 거죠.
둘째, 운동 인구가 늘었습니다. 헬스, 크로스핏, 클라이밍 같은 운동이 일상이 되면서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운동은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라는 말처럼, 운동 후 손쉽게 단백질을 채울 간식 수요가 커진 거죠.
셋째, '저속노화',’저당’이라는 새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건강한 식습관으로 노화 속도를 늦춘다는 저속노화 개념이 SNS를 타고 MZ세대까지 확산됐습니다. 건강 관리가 더 이상 중년의 일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일상 관심사가 된 겁니다.
넷째,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자가 늘었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간편식을 자주 찾게 되면서, 오히려 영양 성분과 원재료를 더 깐깐하게 보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사 먹을 거라면 이왕이면 몸에 나은 걸로"라는 심리죠.
결국 건강 과자는 일시적 붐이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만들어낸 구조적인 시장입니다.
브랜드들은 무엇을 내놓고 있나
수요가 커지자 식품업계 전체가 뛰어들었습니다. 과거 유업계 중심이던 단백질 제품이 이제 제과·음료·간편식 전반으로 퍼졌습니다. 주요 브랜드 동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단백질 전문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동후디스의 '하이뮨', 빙그레의 '더단백', 오리온의 '닥터유'가 대표적입니다. 빙그레는 더단백 그래놀라, 크런치바 같은 간식형 제품까지 라인업을 넓혔고, 오리온 닥터유는 "맛있는 고함량 단백질"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신규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단백질 균형 영양식 브랜드 '파스퇴르 단백질+'를 선보였는데, 홈쇼핑 첫 방송에서 약 1시간 만에 4억 원어치가 팔리며 매진됐습니다. 정식품은 두유의 강점을 살려 식물성 단백질 12g을 담은 '베지밀 고단백 두유'로 저당·저속노화 수요를 공략하고 있고요.
저당 그래놀라·시리얼 경쟁도 치열합니다.
동서식품은 스테비아와 알룰로스로 당을 최소화하고 귀리·통보리·렌틸콩 등을 담은 '포스트 그래놀라 저당 렌틸 오트'를 내놨습니다.
편의점은 자체 건강 간편식 브랜드로 대응합니다.
CU는 고단백 반찬으로 구성된 '더건강식단' 도시락을, GS25는 풀무원과 협업해 식물성 단백질 김밥을 선보였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으로 저당·저칼로리 간편식을 운영하고요.
최근엔 한발 더 나아간 흐름도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저당·제로는 이제 기본값"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식이섬유를 극대화하는 '파이버맥싱' 같은 차세대 키워드입니다. 무엇을 줄였느냐를 넘어, 무엇으로 채웠느냐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사무실 간식에는 어떤 의미일까
이 시장 변화는 사무실 간식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제 간식은 단순히 맛있고 짜릿함을 주는 군것질을 넘어, 건강을 챙기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언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편의점에서 저당·단백질 간식을 고르는 흐름이 뚜렷한데, 정작 탕비실에는 예전 그대로 달고 짠 과자만 있다면 어딘가 어긋난 셈이죠.
그렇다고 탕비실을 건강 간식으로만 채우는 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맛있는 과자를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고, 건강 간식 안에서도 단백질·저당·식이섬유처럼 취향이 잘게 갈리니까요. 그래서 사무실 간식을 세팅하고 큐레이팅할 때는, 이 트렌디함을 반영하되 우리 사무실의 실제 수요까지 함께 읽어 지속 가능한 운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오피스버디가 AI·빅데이터 기반 큐레이팅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단백질이 뜨는지, 저당이 강세인지, 다음은 식이섬유인지 — 시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데이터로 읽고, 거기에 우리 사무실의 실제 소비 패턴을 더해 구성을 짭니다. 한번 채워두고 끝이 아니라, 무엇이 빨리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지를 보며 주기적으로 라인업을 조정하고요. 스테디셀러의 안정감과 건강 트렌드의 신선함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채우는 것. 변화가 빠른 간식 시장일수록, 그 흐름을 대신 따라잡아 주는 큐레이션의 가치는 더 커집니다.
편의점 매대가 달라졌듯, 우리 사무실 탕비실도 달라질 때입니다.